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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화면에서만 멀쩡한 것들.. 나만 몰랐다.ㅠㅠ

by 사장J 2026. 7. 16.

손님이 후기를 남겨주셨다. 사진도 몇 장 같이 올라와 있었다.
고마운 마음으로 읽다가, 사진 한 장에서 멈췄다.

우리 매장에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화면이었는데,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글이 넘어가는 자리가 달랐다. 마지막 글자 하나가 혼자 다음 줄에 내려가 있었다.

내 폰에서는 한 번도 그렇게 보인 적이 없었다.

나는 내 화면만 보고 있었다

직원들 폰을 빌려 하나씩 열어봤다. 전부 달랐다.
어떤 폰은 깔끔했고, 어떤 폰은 어색했다.

그동안 나는 내 폰 하나로 확인하고 "됐다"고 판단해왔다.
몇 달을 그렇게 했다. 그사이 다녀가신 손님들은 내가 본 적 없는 화면을 보고 계셨던 것이다.

이게 이 일의 무서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잘못 만든 걸 모르는 게 아니라, 내 자리에서는 잘못이 안 보인다는 것.
나는 사장 자리에 서 있고, 손님은 손님 자리에 서 있다. 보이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차이를 알려준 건 결국 손님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손님은 알려줄 생각도 없었다. 그냥 자기 폰으로 찍은 사진을 올렸을 뿐이다.
내가 그걸 보고 알아챈 것뿐이다.

"그게 뭐 어때서"라는 말에 대하여

주변에 이 얘기를 하면 반응이 갈린다.
폰마다 화면이 다르니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손님이 그런 걸 신경이나 쓰겠냐고 한다.

일리가 있다. 그걸 문제 삼는 손님은 아마 없을 것이다.
후기를 남겨주신 그분도 그 부분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손님은 어긋난 걸 지적하지 않는다. 대신 전체적인 인상으로 기억한다.
"뭔가 좀 어설펐다" 정도로 남는다. 어디가 어설펐는지는 본인도 설명 못 한다.

말로 나오지 않는 불만이 제일 무섭다. 고칠 기회조차 안 주기 때문이다.
컴플레인은 최소한 알려주기라도 한다.

우리가 파는 게 경험인 이상, 이런 사소한 어긋남 하나가 경험의 온도를 몇 도쯤 떨어뜨린다고 본다.
그래서 고치기로 했다.

전부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

막상 시작하니 벽이 있었다.
세상에 나온 모든 폰과 태블릿을 내가 다 사서 확인해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매장을 하다 보면 손님 폰을 정말 많이 보게 되는데, 종류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많다.
직원 폰 몇 대 확인한 걸로 "전부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여기서 판단이 하나 필요했다.
하나씩 확인해서 하나씩 고치는 길로 가면, 이 일은 영원히 안 끝난다.
새 폰은 계속 나오고, 나는 계속 쫓아다녀야 한다.

그래서 목표를 바꿨다.
모든 경우를 확인하는 대신, 어떤 경우가 와도 상관없게 만드는 쪽으로.

원인은 허무할 만큼 단순했다. 글이 들어가는 상자는 화면 크기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데,
정작 그 안의 글자 크기는 고정되어 있었다. 상자만 줄고 글자는 그대로니 줄이 밀린 것이다.
글자도 상자와 같은 비율로 줄고 늘게 바꾸니, 어떤 화면에서든 한 줄에 들어가는 글자 수가 같아졌다.

이제 폰이 몇 종류든 상관이 없다. 확인해야 할 대상이 무한개에서 원리 하나로 줄었다.

남는 것

자영업 하면서 이런 식의 문제를 종종 만난다.
개별 사례를 쫓아다닐 것이냐, 원리를 바꿔서 사례 자체를 없앨 것이냐.

전자는 당장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끝이 없다.
후자는 처음에 오래 걸리지만 한 번 해두면 다시 안 돌아온다.

바쁠수록 전자로 손이 간다는 게 함정이다.
나도 이번에 며칠 미뤘다.

다 고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이제 어떤 폰으로 들어오셔도 내가 의도한 그대로 보시겠구나 싶으니, 그게 제일 좋았다.

손님은 이 글에 적힌 걸 하나도 모르실 것이다.
모르시는 게 맞다. 원래 이런 건 잘 됐을 때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