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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운영

손님이 좋아한다고 믿었던 것들의 목록

by 사장J 2026. 7. 17.

우리 매장에는 손님이 나가신 뒤에 집에서 열어보는 페이지가 있다.
굿즈의 QR로 들어가고, 시간 제한이 없다. 언제 해도 되고 며칠에 걸쳐 해도 된다.

나는 그 페이지의 완주율이 높을 것이라고 믿었다.
시간 제한이 없으니까. 굳이 QR을 찍어서 들어온 사람들이니까.

숫자를 붙여보니 엔딩까지 간 사람은 17%였다.
106명이 들어와서 18명이 끝을 봤다.


(단계마다 사람이 깎여나가는 그림. 맨 아래 '완주 17%'가 그 숫자다.)

그날 나는 내가 매장에서 '안다'고 말해온 것들을 다시 세어보게 됐다.
세어보니 대부분이 확인한 적 없는 믿음이었다.

확인한 적 없이 믿고 있던 것들

1. "들어왔으면 끝까지 했겠지"
아니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중간에 나갔다.
나는 '들어왔다'와 '끝까지 봤다' 사이를 아무 근거 없이 등호로 이어놓고 있었다.

2. "재미없으면 손님이 말해주겠지"
말해주지 않는다. 조용히 나간다.
불만을 말해주는 손님은 고마운 예외지, 기본값이 아니다.
아무 말이 없다는 건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모른다는 뜻이었다.

3. "내 폰에서 되니까 다 되겠지"
화면이 잘려서 보이는 기종이 있었다.
카톡이나 인스타 안에서 바로 열면 오류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손님들은 재미가 없어서 나간 게 아니다. 화면이 제대로 뜨질 않아서 나갔다.
나는 그걸 콘텐츠 문제로 착각할 뻔했다.

〔사진 2〕 히든통계-4-기기브라우저OS.png
(어떤 폰과 브라우저로 들어오는지. 위쪽 노란 줄이 앱 안에서 열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손님을 짚어준다.)

4. "이 정도 문제면 다들 풀지"
내가 낸 문제는 나에게 언제나 쉽다. 답을 알고 있으니까.
유독 사람들이 몰려서 나가는 문제가 있었는데, 나는 그게 어려운 문제인 줄도 몰랐다.

5. "잘 되고 있다"
가장 위험한 문장이었다.
이건 판단이 아니라 그냥 확인을 안 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이 목록의 공통점

다섯 개를 늘어놓고 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전부 손님 입장을 내가 대신 상상한 것이라는 점이다.
손님이 말해준 게 아니라 내가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문장들이었다.

그리고 그 상상의 출처는 늘 나였다.
내 폰, 내가 아는 답, 내가 만든 것에 대한 애정.
전부 손님과 가장 먼 자리에 있는 것들이다.

장사하면서 "손님 입장에서 생각하자"는 말을 수없이 했는데,
정작 나는 손님 입장을 생각만 했지 확인한 적이 없었다.

숫자가 편한 이유

통계를 붙이고 나서 좋아진 건 정확도만이 아니었다.

의외로 마음이 편해졌다.

예전에는 뭘 고칠 때마다 이게 맞나 싶었다.
근거가 내 감밖에 없으니까 고치고 나서도 계속 불안했다.
손님이 안 온 날이면 내가 뭘 잘못 건드렸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은 여기서 사람들이 많이 나가니까 여기를 손본다.
이 문제에서 힌트가 몰리니까 이 문제가 어려운 것이다.
고칠 곳을 숫자가 알려주니 나는 고치기만 하면 된다.

감으로 판단하는 건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계속 눈치를 보는 일이었다.

무섭지만 봐야 하는 것

솔직히 숫자를 보는 게 마냥 편하지는 않다.
내 착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니까.
완주율을 처음 봤을 때는 한참 멍했다.

그런데 그 숫자는 내가 통계를 붙이기 전에도 똑같이 그 값이었다.
내가 안 봤을 뿐이지, 손님들은 이미 그렇게 나가고 계셨다.

모른다고 해서 없는 일이 되지 않는다.
그저 내가 고칠 기회만 없어질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숫자를 볼 생각이다.
멍해지는 날이 또 오더라도, 착각한 채로 몇 달을 더 보내는 것보단 낫다.